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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짐이 아닌 짐(朕)이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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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성민복지관 작성일 18-03-13 09:11 조회 45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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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3-12 15:59:07
여러모로 신하들에게 왕은 짐이었을 게다. 조정의 모든 일은 왕의 재가(裁可)를 필요로 했고, 심지어 자신의 재산을 늘리는 것도 눈치를 봐야했다. 게다가 각종 정책을 집행하는 책무 또한 신하들의 몫이었다.

밤낮 자신의 명(命)을 수행하려 격무에 시달리는 신하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서였을까? 왕은 신하들 앞에서 자신을 ‘짐(朕)’이라고 칭했다.

이름을 지을 수 있다는 건 권력을 지녔음을 의미한다. 들에 핀 식물을 ‘꽃’이라고 명명(命名)한 주체는 사람이다. 그러나 자신을 보고 있는 대상에 ‘사람’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꽃은 없다. 이런 약육강식의 자연법칙은 인간 세계에도 적용된다.

권력자는 누군가에게 이름이나 직책을 부여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다. ‘짐(朕)’이라는 말이 역사 속에서 살아 숨 쉴 수 있었던 건 왕이 자신을 ‘짐(朕)’이라고 했기에 가능했다. 신하들이 왕을 ‘짐’이라고 불렀다면 역모였겠지만 말이다.

왕들이 ‘짐(朕)’이 된 건 우연이 아니었다. 그들은 늘 어깨에 큰 짐을 지고 있었다. 권력으로부터 부여받은 국가와 백성에 대한 책임이다. 신하들의 실수도 왕의 몫이었다. 그렇기에 왕은 기꺼이 신하들의 짐이 되어 백성들에게 이로운 정책들을 개발해나갔다.

시력을 잃어가면서까지 한글 창제에 매달린 세종이 성군으로 칭송받을 수 있었던 것도 백성을 위해 신하들에게 짐이 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용기 덕분이었다. 그렇게 왕들은 자신과 국가의 운명을 개척해나갈 힘을 갖게 되었다.

예부터 사람들은 몸이 불편한 이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들은 자신의 신체에 비추어 부족함을 가진 사람들을 ‘병 신’이라고 불렀다. 몸에 병이 있다는 뜻이다. 세기(世紀)가 바뀌면서 이 단어는 ‘장애’로 대체됐다. 조금 더 고급져 보이긴 하나 본질이 바뀐 건 아니다. 여전히 몸이 불편한 이에 대한 우월의식과 차별적 인식이 내포되어 있다.

이런 통념이 사회에 퍼지자 장애인 스스로도 자신을 ‘짐’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오죽하면 투쟁노래 중에 ‘내 모습 / 지옥 같은 세상에 갇혀버린 내 모습 / 방구석에 폐기물로 살아 있고’라는 가사가 있겠는가?

왕이 사라진 민주주의 체제에선 모든 국민에게 짐(朕)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헌법 1조 2항이 “모든 권력은 국가로부터 나온다”며 국민의 기본권을 부여하면서다. 이로 말미암아 사람들은 성별이나 신분 등의 차별 없이 일을 하며 자신들의 행복추구권을 향유하며 어깨에 놓인 삶이라는 짐을 지고 살아간다.

허나 장애인들은 헌법으로부터도 소외되어 있다. 예컨대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11조에 장애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

또 32조에선 여성이나 연소자의 근로는 보호한다고 되어 있으나 장애인들의 근로를 보호한다는 조항은 없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장애에 대한 차별이 없는 선진국이어서일까, 아니면 장애인에 대한 관심 자체가 없어서일까?

왕이 자신을 짐이라고 지칭하는 건 겸손이지만, 장애인들이 자신들의 장애를 짐이라고 생각하는 건 자학에 가깝다. 이젠 장애인들의 짐을 사회가 나눠 지어줄 때다. 장애인들의 말을 경청하고, 그들이 자유로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그 첫걸음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겁고도 가치 있는 짐은 사람이다. ‘장애인’이란 단어의 방점은 '장애’가 아니라 ‘인’에 찍혀야 한다. 많은 장애인들이 짐이 아닌 자신의 삶을 책임지며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짐(朕)으로 거듭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신하들이 왕을 짐으로 여겼던 것처럼 정치인들과 관료들이 장애인들을 짐(朕)으로 여길 때, 사회는 진보하리라 믿는다. 92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가 그 토대가 되길 기대한다. 장애인들도 짐이 아닌 짐(朕)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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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심지용 칼럼니스트 심지용블로그 (yololongy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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