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소외감 더 큰 장애인 “탈시설 이후 그룹홈 최소화…돌봄·부모 지원 강화해야” > 복지정보 | 성민복지관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 확대

    확대

  • 축소

    축소

  • 복지정보


    명절 소외감 더 큰 장애인 “탈시설 이후 그룹홈 최소화…돌봄·부모 지원 강화해야”
    작성일
    2024-02-20 13:26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설 연휴를 맞아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지면서 이들에 대한 실효적인 대책 마련의 필요성도 커지는 시기다. 특히 장애인 지원과 관련해 정부는 2021년 8월 탈시설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찬성·반대측 모두 이를 비판하고 있다.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은 사업완료 시점에 거주시설 장애인 전체의 87%가 지역사회의 그룹홈·개별주택에 주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룹홈의 시설 여부, 중증발달장애인의 탈시설 여부 등이 쟁점이 되고 있다.

    이에 그룹홈의 시설 요소 최소화, 중증발달장애인 돌봄 강화 및 탈시설 장애인 부모 지원 정책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11일 국회입법조사처의 ‘장애인 탈시설 논쟁: 자립인가 방치인가’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시범사업 추진 및 법령개정·인프라 구축 등을 실시하고,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2041년에 거주 전환을 마무리한다.

    시설 거주 장애인은 2025년 2만120명에서 2041년 2193명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지역사회 주거 장애인(공동형주거+개별형주거)은 2025년 5830명에서 1만5582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동생활가정(그룹홈)의 유형을 다양화하고 거주자 중심으로 운영한다. 기존 ‘거주인 4인당 종사자 1인’이라는 획일적인 기준에서 벗어나 이용자 특성에 따라 인력배치·운영기준 등을 차등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탈시설을 찬성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은 탈시설 로드맵의 방향성이 탈시설이 아닌 ‘시설 소규모화’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탈시설을 반대하는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 부모회(시설 부모회)’ 등은 탈시설로 인해 장애인 돌봄 책임이 가족에게 돌아오게 될 것이라며 탈시설 로드맵 철회를 요구했다.

    정책의 보완이 없다면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장연 회원들은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이어 나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체포와 기소를 당하기도 했다. 시설 부모회 회원들은 탈시설 로드맵의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며 전장연의 해체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그룹홈 시설 최소화 ▷중증발달장애인 돌봄 강화 및 부모 자조모임 활성화 지원을 개선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그룹홈은 ‘UN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의 거주지 및 동거인 선택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기 힘들다는 점에서 온전한 탈시설의 형태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다만 지역사회 안의 일반주택에서 생활한다는 점, 거주시설에 비해 자기결정권이 보장된다는 점, 복지정책은 재정적인 측면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종합할 때 그룹홈이 시설 거주의 현실적인 대안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탈시설 로드맵에 따라 대규모 시설에서 그룹홈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되, 그룹홈의 시설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할 필요가 있다.

    보고서는 스웨덴의 그룹홈 사례를 제시했다.

    스웨덴 국립보건복지위원회는 그룹홈의 동거인 구성을 중요한 요소로 간주하고 가능한 한 구성원들의 의사와 견해에 기초하여 동거인을 구성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나의 집에 여러 장애인이 사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개인의 집이 여러 개 붙어 있는 공동주택의 형태인 것이다.

    김준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동거인 구성 시 거주인의 의사를 고려하도록 지침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거주인의 사생활 보장을 위해 개별 공간 최소면적 설정과 개별 공간 내 특정설비 의무화 등 그룹홈 설치기준 강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탈시설 이후 건강이 악화되는 일이 없도록 중증발달장애인 돌봄 강화와 부모 자조모임 활성화를 위한 지원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유럽 국가(프랑스, 아일랜드, 스웨덴, 영국)는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중앙정부가 최대 16시간의 활동지원서비스만을 지원하고 있고, 활동지원서비스를 추가 지원하는 일부 지자체에 거주하는 경우에만 24시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거주하고 있는 지자체의 의지와 재정 상황에 따라 지원수준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중앙정부가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해 거주지역에 따른 지원 수준을 통일하고 중증장애인의 건강한 삶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올해 6월부터 실시할 예정으로 사업계획 수립 단계인 최중증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사업과의 연계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김 조사관은 “장애인 탈시설은 시혜적 복지정책이 아니라 헌법상 기본권 및 ‘UN 장애인권리협약’에 따른 권리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장애의 정도에 따라 탈시설 여부가 결정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탈시설로 인해 시설에 입소해 있던 장애인 자녀 부모들은 돌봄 부담이 다시 부모에게 돌아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이들을 위해 탈시설 정책의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탈시설 장애인 부모 간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부모 자조모임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일부 민간단체에서 부모 간 동료 상담, 탈시설 사례 발표 등의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지만, 체계적인 운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조모임 활동비 및 운영비 지원사업 등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부모 간 경험 공유를 활성화할 필 요가 있다.

    김 조사관은 “장애인 탈시설은 거스를 수 없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지만, 국제사회의 압박에 못 이겨 대규모 시설 거주 장애인의 숫자를 줄이기 급급한 정책을 펼쳐서는 안 될 것”이라며 “장애인 당사자 단체, 장애인 가족 단체 등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를 수렴하고, 탈시설을 먼저 실시한 나라들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